본문 바로가기

활동

(가)청년신협 청년인터뷰 12> 사람공동체 '리드미' 윤상근 대표님

청년가치금융에 대한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총 25명의 청년들이 함께해 주셨고 매주 한 분의 인터뷰씩 공유드리고 있어요. 

그 열두번째 이야기. 사람공동체 '리드미' 윤상근 대표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 자기소개(이름, 거주-활동지역 등)부탁드려요. 

고양시에서 살고 있는 1986년 윤상근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와 같이 사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일산신도시 발표 전 27만 남짓이 살던 고양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부자집에서 태어나 미국유학도 하고 결혼하며 내 명의로 된 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공화국주의자입니다. 지방자치에 관심이 많고 청와대를 싫어합니다. 선거법개정을 통한 지방정당의 창립을 바랍니다. 가끔 서울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를 제외하면 고양시를 떠나지 않습니다.

 

□ 현재 하고 있는 일, 혹은 과거에 해왔던 일(주된 사업 혹은 활동)은 어떤 일인가요? 

저는 현재 사람공동체 리드미의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5년 전 고양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그중 고양시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과 함께 고양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사람도서관을 알게 됐고 고양 곳곳에서 사람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서로 가치관이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다 싶은 청년들과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살게 됐습니다. 지역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지역의 여러 현안을 알게 되고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서울에 놀러갔다 알게 된 청년기본조례를 그대로 가져다가 고양시에 옮기는 운동을 고양시의 여러 청년단체들과 연대해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백수,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로 각종 세금을 떼어먹으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뛰기도 하고 연구용역을 받기도 하고 각종 돈 되는 일은 다 하는데 제가 정한 제 시급은 시간당 5만원입니다. 그보다 적은 벌이는 재밌으면 그냥 하거나 거절합니다. 나와 동료들이 하고 있는 일이 노동시장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정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는 더 많이 돈을 받아도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현재 일을 통해 꿈꾸는/ 만들어가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시에 눈을 두기를 기원합니다. 시민들이 대통령선거나 총선 만큼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기를 원합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우리마을을 원합니다. 그 방법으로 사람도서관만큼 제격인 무엇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웃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를 원합니다. 추상적이라 죄송합니다. 꿈이니까요. 다음 지방선거에 보다 많은 청년들이 소속정당과 상관 없이 의원으로 선출되기를 희망합니다. 과두제가 기본값이라면 그 안에서 변화는 의회 평균연령을 낮추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 선출된 청년들이 초선임에도 1년만에 전문성을 띄는 것을 보고 더욱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것도 꿈입니다. 내 친구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만들어가고 싶은 가치라면... 무엇이 맞다고 외치는 것이 아닌 몸에 벤 태도로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래서 내 이웃들도 거기에 더 눈길을 줬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 일(생활)에서 금융(자본)의 필요성을 느낀 경우(사례)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소득의 대부분을 술을 마시거나 신작 게임을 구매하는데 지출합니다. 통장 잔고가 100만원을 넘겨 본 일은 없습니다. 저는 저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운 좋게 가지고 있어 버는 족족 다 쓰다 보니 자본의 필요성을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이럴 때 느낍니다. 나와 함께 하는 동료가 개인의 자본사정 때문에 활동을 그만둬야 할 때, 아이가 태어나 돈을 더 벌어야 할 때, 결혼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을 때, 나는 자본으로부터 퍽 자유로운 삶이라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들을 볼 때입니다. 자본에 쫓기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멋진 일들을 작당해낼 수 있었을까 하며 아쉬워하곤 합니다.

 

□ 금융(자본)이 필요할 때 어떻게 조달했는지?

결혼 전에는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은 내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 일들도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한다고 하면 그냥 합니다. 비유하자면 혈연보다 진한 관계를 가진 친구들이 활동하면서 생겼습니다. 돈이 없으면 친구들에게 얻어 먹었습니다. 정 안 되면 배우자에게 꿉니다.

 

□ 기존 금융에 대한 생각, 이미지는 어떠셨어요?

기존 금융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입니다. 은행이 돈을 버는 방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은행은 착시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착시는 세상이 아직 멀쩡하고 자본주의는 꽤 잘 작동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빛이 아니라 빚인데요. 빚을 져도 된다고 분발해보라고 너도 할 수 있다고 그냥 은행같은 것 없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은행은 정수기 쓸 때 말고는 가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 ‘청년신협’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의 생각, 이미지는 어떠셨어요?

신협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청년이 붙으면 더 모르겠습니다. 청년팔이의 일환인가요. 몇 해 전에 이태원 근처 해방촌에 모여있던 빈고공동체를 만났었습니다. 공동체 은행이 있다고 했었는데 대출을 위해 비교적 증명할 것이 적고 제3제2금융권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준다고 했었는데 그런 것인지요? 또는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파우머스 은행같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은행인가? 정말 모르겠습니다. 금융권이랑 안 친해요.

 

□ ‘청년신협’에 기대하는 것, ‘청년신협’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청년신협에 기대하는 것은 ... 고양시는 현재 각종 창업 프로그램들을 시작하며 청년들아 대출해서 창업하라! 외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 걸리면 대출이 먼저인지 창업이 먼저인지 모르겠습니다. 청년들을 빚쟁이로 만드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대출해서 집을 사시오 외쳤던 사건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금융모델, 새로운 은행이라면 단순하게 대출해주는 것을 넘어 금융과 친하지 않은 청년세대, 또는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청소년들에게 단호하게 대출을 안 된다고 말 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어야 된다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저도 신용카드 리볼빙이 뭔지 모르고 신나게 돈을 마구 쓰다가 크게 혼난 일이 있었습니다. 큰 돈을 갚아 줄 수 있는 부모님이 없었다면 지금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끝으로 제가 지역주의자다보니 대한민국이 전체가 아닌 지역밀착형 은행을 기대하긴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당장은 내년 총선에 눈과 귀를 두고 있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저와 활동 동료들이 안정적인 수익사이클을 만드는 것입니다. 2018년 연말에 각종 사업이 너무 많아서 큰 돈을 벌어 모두 소비했는데 1,2,3월에 거지 같이 살아야 했습니다. 이제 한 번 경험해봤으니 이제는 바짝 땡겨서 아껴 쓸 생각입니다. 주변에서는 창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지금처럼 백수로, 프리랜서로 쭉 살 생각입니다. 미래의 노동형태가 고용의 형태는 아닐거라 확신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다 보면 또 여기저기서 불러서 강의비를 지급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회로를 돌리고 있습니다.

 

□ 그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물론 이렇게 직장 없이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흙수저로 태어났으면 상상도 안 해봤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공정함에 대해 다시 정의하기를 원합니다. 가끔은 아니 요즘은 자주 내 안정이 부끄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