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가치금융에 대한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두달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총 24명의 청년들이 함께해 주셨고 앞으로 매주 한 분의 인터뷰씩 공유드릴 예정이예요.
그 두번째 이야기. 성북구에서 활동하시는 김기민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 자기소개(이름, 거주-활동지역 등) 부탁드려요.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에 살고,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민 입니다.
□ 현재 하고 있는 일, 혹은 과거에 해왔던 일(주된 사업 혹은 활동)은 어떤 일인가요? 2014년 1월부터 청년연대은행 토닥 조합원으로 활동해왔습니다. 2017년 2월~2019년 1월까지 이사장 역할을 맡았고, 지금은 금융협동위원회에서 공동체기금 이용 심의, 임시운영기구 몇몇 TF에서 토닥 활동성과 보고서 제작(조합원 인터뷰), 법인격전환 준비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북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활동가로, 9월말까지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 운영총괄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최근 연말까지 성북구협동조합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지난 달엔 성북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추첨되어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 현재 일을 통해 꿈꾸는/ 만들어가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거대 기업, 제도권 금융의 영향력으로부터 가급적 멀어지고자 합니다. 제조, 유통, 금융 등 자본주의 사회 전반을 장악한,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자본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며 포섭하려는 시도로부터 조금이나마 영향을 덜 받으며 살고자 합니다.
자본이 규정한 삶, 자본주의적 욕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안하고 압박하는 삶의 기준이 아닌 내가 동의하고 공감하며 지향하는 삶의 가치를 기준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내 삶의 기준은 내가 사는 동네와 지역, 내가 참여하여 만들어낸 자본과 권력으로 내 삶을 구성하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참여와 행동, 실천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과 이웃, 동료시민들을 돌보고 우리의 공유지를 가꿀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삶의 현장에서 발 딛고 서서 고군분투 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갖고 권한과 권력을 정당하게 배분받아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의 문제를 그 동네,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정치와 행정은 이것을 지지하고 보장하는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권력구조가 재편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나아가 시민 개개인이 겪는 삶의 문제가 당사자의 언어로 발언되고 그 이야기가 정치의 공간 안에서 다뤄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일(생활)에서 금융(자본)의 필요성을 느낀 경우(사례)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고정 수입이 줄거나 끊기면 내 생계 유지를 위한 화폐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확보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휴식과 쉼, 혹은 재충전이 필요하나 당장 지금 가진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추가적인 자본 공급이 필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우스 쉐어 형식으로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어느 거주자가 (고정)수입이 줄거나 끊겨 임차료를 부담하기 어려울 때 잠시 그 시간을 벌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 금융(자본)이 필요할 때 어떻게 조달했는지? 토닥, 빈고 등 금융 역할을 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 이후 자본이 필요할 때는 토닥 공동체기금을 이용하거나 빈고를 이용하여 조달했습니다. (토닥 씨앗대출, 토닥 대출, 빈고 빈쌈짓돈, 빈고 이용활동 등)
□ 기존 금융에 대한 생각, 이미지는 어떠셨어요? 내가 가진 화폐 자본을 보관하는 장소, 전자 거래 또는 결제 수단, 주택담보대출 등이 떠오릅니다. 금융은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한 산업이지만 실상 공공적 성격에 부합하는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회의적입니다. 필요없는 사람들에겐 과한 혜택을 제공하고 반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겐 높은 부담을 전가하거나, 그나마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존재, 실제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과한 이익을 독점하는 약탈적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청년신협’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의 생각, 이미지는 어떠셨어요? 이미 몇몇 지역신협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신협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협이 본래적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식회사 은행, 자본의 힘에 휘둘려 공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시중은행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청년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신협이 설립된다면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금융 측면에서 청년의 삶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기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존재 자체로 혁신적이며, 현재의 금융 제도가 갖고 있는 제도적, 실제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상상이자 시도가 될 것 같습니다.
□ ‘청년신협’에 기대하는 것, ‘청년신협’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긴 여정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청년신협 설립과정에 임하였으면 합니다. 추진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이해와 공감, 지지를 높여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지금의 제도적 한계도 넘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청년신협이 만병통치약이나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낡은 체제와 구조를 무너뜨리고 뛰어넘는데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해봅니다. 그 꿈을 함께 꾸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역 신협이 사회적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금융기관을서 지역사회의 문제에 주목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활동가들과, 신협 조합원들과,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주민조직,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적경제조직, NPO들이 ‘지역’이라고 하는 공동의 바탕 위에서 협력하고 연대하며 함께 힘을 합쳐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당사자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실제 행동하는데 필요한 일을 찾고 그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주민으로서, 동네 주민모임의 회원으로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서 일하고 활동하며 골목에서, 동네에서 경험할 수 있고 일으킬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 그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큰 사고를 당하거나 중증 질환을 겪지 않는다면, 가족 부양의 책임이나 내집 마련의 꿈이 없다면 살면서 필요한 돈은 생각보다 소소한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뭔가 대단히 어려운 조건 같긴 합니다만;)
토닥, 빈고 등 제가 구성원으로서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는, 조합 성격의 금융 또는 자본공유 공동체들은 저의 일상 속 소소한 필요를 채워줍니다. 일을 중단하면서 잠시 소득이 줄거나 끊겼을 때, 가진 여력이 많지 않지만 쉼과 휴식이 필요할 때 토닥이나 빈고는 금융의 방식으로 제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나 또한 그 공동체의 일원인 이상 누군가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역할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은행 고객으로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돈은 은행이나 대부업체, 혹은 사채를 통해서만 빌릴 수 있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고, 돈에 대한 시민들의 상상을 굉장히 협소하게 만듭니다. 오히려 지금의 제도 밖에는 선의와 신뢰, 호혜와 협동, 그리고 연대에 바탕을 둔 금융이 미약하나마 존재하고 있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토닥, 빈고, 키다리은행, 다람지회, 전국 각지의 주민협동회 등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청년신협의 꿈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출자, 이용, 운영 그리고 연대라는 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공유지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지금의 은행을 떠나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더 나은 금융을 기대한다면 마냥 기다리는 것보단 지금의 실험과 상상에 적극 동참하기를 권합니다. 청년신협의 설립동의자가 되고 토닥, 빈고, 각 지역 주민협동회의 조합원이 되어 적극적으로 출자하고 이용해보길, 나아가 가능하다면 운영에도 참여해보길 권합니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지 않습니다. 행동할 때 비로소 꿈은 현실이 된다는 간명한 진리를 되새기고 움직여주세요. 작지만 의미있는,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는 바로 그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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